삼성의료원의 면역관용 유도 신장이식에 관해

면역 관용이란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고도 이식된 신장의 거부반응이 오지 않는 한편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은 유지되는 상태로, 이식 의학계의 오래된 염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의료원은 최근 ‘생로병사의 비밀’ TV 프로그램에서 면역 관용을 유도하는 신장이식 방법에 관한 방송을 하였는데, 방송 내용 중 시청자들이 오해할 우려가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습니다.

면역 관용을 유도하면서 신장이식을 하는 시도는 2002년 하버드 대학에서 먼저 시작을 하여 최근까지 총 10예의 이식을 하였습니다. (참고문헌1,2,3) 하버드의 프로토콜을 보면, 신장이식 전에 흉선(면역기능을 조절하는 기관)에 방사선을 쪼이고,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임파구를 고갈시키기 위해 여러 종류의 강력한 면역억제제 주사를 준 뒤에, 골수와 신장을 같이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식신장에 대한 면역거부반응이 생기지 않게 면역체계를 리셋 하려는 의도였는데 기대와는 달리 10명 중 3명이 거부반응으로 이식신 기능을 잃었습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비슷한 조건의 환자를 이식했을 때 이식신 기능 상실의 확률은 10명 중 1명 정도이므로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였습니다. 면역억제제를 중지한 환자들 중 일부는 거부반응 발생으로 다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게 되었고 나머지 환자에서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상태에서 관찰 중입니다만 이들이 통상적인 이식 환자만큼 신장을 오래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릅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면역 관용 효과, 위험성, 비용 등을 생각할 때 세계 이식 의학계에서는 하버드의 프로토콜을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의료원은 하버드 프로토콜의 골격을 그대로 가져와서 (삼성과 하버드의 프로토콜은 거의 유사합니다.) 2011년부터 면역 관용 이식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버드와 마찬가지로 이식 전에 흉선에 방사선을 쪼이고 임파구를 공격하는 4종류의 주사를 주고 골수와 신장을 동시 이식합니다. 그런데 임파구를 공격하는 이들 주사는 한 종류만 주더라도 면역저하로 인한 감염 합병증 발생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매우 강력한 주사들로 여러종류를 동시에 주는 경우에 심각한 정도의 면역저하가 옵니다.

삼성의료원에서 보고한 자료를 보면 (참고문헌 3), 보고 시점인 2017년까지 수술한 7명의 환자 전원에서 BK 바이러스 신증이라는 신장 이식환자에서 생기는 감염 합병증이 발생하였습니다. BK 바이러스는 요로에 잠복하고 있는 바이러스로 건강한 사람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않으나 지나치게 면역저하가 된 경우 바이러스가 증식하여 신장손상을 일으키므로 이식신의 기능이 상실되거나 회복되더라도 신장 조직의 손상 때문에 이식신의 수명이 짧아집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식한 환자들의 경우 이 병이 발병할 확률은 1%이하입니다. 삼성의료원 환자들에서 보인 100% 빈도는 매우 우려되는 결과로 실제 7명 중 1명은 이식신 기능을 잃었습니다. (한국에서 비슷한 조건의 환자를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식한 경우 이식신 기능 상실 확률은 5% 전후입니다.) 또한 면역체계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심한 급성신부전도 발생하였습니다. 7명 중 비교적 상태가 안정적인 4명의 환자에서 면역억제제를 중단하였으나 이중 2명에서 거부반응이 발생하여 다시 약을 복용하게 되었고 2명에서만 중단한 상태로 2~3년까지 관찰 중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2명의 환자조차도 앞으로도 계속 약 복용을 하지 않고 이식신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정적(靜的)인 것이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동적(動的)인 체계입니다. 이식 전에 임파구를 공격하는 주사와 골수이식을 하여 면역체계를 일시 리셋 하더라도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될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면역 관용의 표식으로 키메리즘(kimerism)이란 것이 있습니다. 신장 제공자의 세포가 이식환자의 몸에 같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하버드와 삼성 방법으로 이식 받은 환자들에서 키메리즘 상태는 수일에서 수개월 정도만 보이고 이후 관찰되지 않습니다. 삼성보다 10년 정도 오래된 하버드의 경험을 보면 거부반응을 모면한 소수의 비교적 안정된 상태의 환자들에서 면역억제를 중단하기는 하였으나, 이들 환자 전원에서 단백뇨가 있고 이식신 조직에서 거부반응과 관련된 변화도 보이는 등의 소견으로, 이들 환자들이 통상적인 이식 환자들이 누리는 이식신 수명(현재 평균 15년 정도. 길게는 30년 이상)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견해들이 있습니다.

하버드 프로토콜이 공개 된지 20년이 지났고 여기에 포함되는 골수 이식과 방사선 치료 등은 국내의 웬만한 이식병원에서는 다 할 수 있는 보편적 치료들이며 이 프로토콜에 숨겨져 있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의 다른 이식병원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이 방법으로 이식을 할 수 있습니다만, 왜 삼성 이외는 아무도 하지 않을까요? 하버드 프로토콜을 현재 사용하는 병원은 전세계에서 하버드와 삼성의료원밖에 없는 듯합니다. (하버드는 지난 20여년간 10예에 그쳤으니 사실 상 현재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삼성의료원이 유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8만명이 신장이식을 받습니다만, 왜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병원들은 이 프로토콜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이식 환자들이 먹는 면역억제제가 신장독성이 있고 암 빈도를 높인다는 것은 이식관련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너무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로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고 이식신 기능이 유지된다면 아주 좋은 일입니다만은, 왜 전세계에서 사실상 삼성의료원 이외에는 이 방법으로 이식을 하지 않을까요? 이유는 높은 위험성, 높은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통상적인 이식에 비해 면역 관용 이식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 이식 환자들도 결혼, 출산 물론 다 할 수 있습니다.)

면역 관용은 전세계 이식 의학자들의 성배라고도 할 수 있는 목표로, 이 분야의 데이터는 저희 이식팀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있습니다. 가령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하버드-삼성의 프로토콜에서 진일보한 방법을 보고하였습니다만, 이 프로토콜도 안전성 및 장기적 효과 면에서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저희 이식팀을 포함하여 국내 이식 의학계는 삼성의료원의 도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의학이란 용감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발전하니까요. 그렇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내용을 방영하여 오해와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0.8.4

부산 BHS한서병원 신장이식팀

신장내과장 공진민

[참고문헌]

1. N Engl J Med. 2008;358:353.

2. Am J Transplant. 2014;14:1599.

3. Am J Transplant. 2019;19:324.